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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고요 사이, 혼자 떠난 발리에서 배운 것

by danbeeya 2025. 4. 24.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끊임없는 일과 일정, 항상 무언가를 해내야만 하는 압박 속에서 어느 순간 ‘내가 나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에게 발리는 그냥 ‘여행지’가 아닌, 쉼이라는 이름의 도피처로 다가왔다. 그렇게 짐을 싸고, 혼자서 발리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자유와 고요 사이에 머무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자유와 고요 사이, 혼자 떠난 발리에서 배운 것

 

1.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발리에 도착한 첫날, 나는 해변가에 앉아 해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시계를 보지도 않았고, 누구와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는데, 놀랍게도 불안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게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나 싶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바쁘게 움직이고,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해야만 잘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발리는 말해주었다. 괜찮아, 지금 이렇게 쉬고 있는 것도 너에게 꼭 필요한 일이야. 그런 위로가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사는 듯한 여유가 있다. 그 속에서 나도 차츰 차분해지고, 스스로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

 

2. 혼자 있는 시간의 진짜 의미


발리는 혼자 있기 좋은 곳이다.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풍경은 아름답지만 눈부시지 않아 편안하다. 특히 우붓에 머무는 동안, 나는 혼자 있음이 외로움이 아닌 채워지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우붓의 논밭 길을 걷다 보면, 혼자지만 외롭지 않다. 자연이 나와 조용히 함께 걸어주는 기분이다. 어느 날은 요가 클래스에 참여했다. 대부분이 혼자 온 여행자들이었다. 서로 눈빛만 주고받고는 말없이 매트 위에 누웠다. 그렇게 말 없는 연결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혼자는 때로 눈치를 주는 말이다. 혼밥, 혼영, 혼행... 어느새 혼자 하는 것들이 주저함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발리에서는 혼자라는 것이 자유롭게 느껴졌다. 누구의 시선도 없는 채로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시간. 그건 오히려 풍요로운 감정이었다.

 

3. 자연 속에서 찾은 나만의 리듬


발리의 아침은 이슬 맺힌 바나나잎과 함께 시작된다. 닭이 우는 소리, 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 코코넛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어느 하나 거칠 것이 없고, 빠를 것도 없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만의 속도를 다시 찾았다.

요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로컬 카페에 앉아 책을 펼치고 천천히 커피를 마신다. 그러다 문득 멈춰 창밖을 바라본다. 여행이라는 게, 꼭 바쁘게 이동하고 많은 것을 보고 먹고 사진 찍어야만 하는 건 아니구나. 나는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빨라야 한다는 압박에 쫓기며 산다. 그런데 발리에서의 시간은 달랐다. 조금 느리게 걸어도, 하루를 반쯤 빈 채로 살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빈틈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했다. 바다가 내는 잔잔한 파도 소리처럼, 나의 리듬도 서서히 그에 맞춰졌다.

 

4. 다시 돌아와도,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나는 종종 발리의 고요를 떠올린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창밖을 보며 우붓의 논밭 풍경을 떠올리곤 한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내 안에 작은 쉼표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혼자 있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괜찮아, 지금 너는 잘 쉬고 있는 거야. 바깥의 시선보다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발리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어쩌면 두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리에서는 그 두려움마저 고요하게 안아준다. 그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를 회복하게 된다.
자유와 고요 사이에서,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발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