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은 조금의 용기와 많은 자유를 선물한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내가 가고 싶은 곳만 가고,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나는 바로 그런 시간을 찾고 싶어 강릉으로 떠났다.
바다와 카페, 조용한 산책길이 있는 강릉은 혼자 여행을 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감성 충전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지금부터, 혼자 쉬기 딱 좋은 강릉 1박 2일 루트를 공유해볼게.
1.바다를 가장 먼저 보다 – 안목해변 산책과 커피 한 잔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안목해변.
혼자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바다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이 마음을 씻어주듯 다가오고,
길게 늘어선 커피거리의 향긋한 커피 향이 나를 반긴다.
나는 사람들이 추천하던 로스터리 카페 중 하나에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 손 안의 따뜻한 머그잔, 아무도 없는 내 옆자리.
이 조합은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고 평화로웠다.
안목해변은 바닷길을 따라 산책로도 잘 정비돼 있어서, 커피 한 잔 후 가볍게 걷기에 딱 좋다.
이곳에서 나는 혼자라는 건 외롭다기보다 자유로운 상태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2. 바다 옆 도시 속 고즈넉한 순간 – 경포호수와 참소리 박물관
바다를 즐겼다면 이제는 조금 더 고요한 장소를 찾아볼 차례.
나는 경포대에서 가까운 경포호수로 발길을 옮겼다.
호수를 따라 천천히 걷는 산책길은 혼자 걷기 참 좋은 공간이었다.
사람은 많지 않고, 나무는 바람에 살랑대고, 멀리선 오리들이 느릿하게 유영하고 있었다.
걸어가다 보면 참소리 박물관이라는 흥미로운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오래된 라디오, 오디오, 전화기 등이 가득한 소리의 박물관이다.
조용히 관람할 수 있어서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옛 물건을 보며 소리라는 감각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은 색다른 힐링이었다.
그리고 강릉의 좋은 점은 어디든 조용히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풍경이 많다는 것.
경포호 근처 벤치에 앉아 햇살을 쬐며 하루의 중간을 쉬어가는 느낌,
그게 바로 혼자 여행의 진짜 묘미였다.
3.강릉의 맛은 혼자서도 충분히 – 감자옹심이와 초당순두부
혼자 여행하면 밥 먹는 게 살짝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강릉은 혼밥하기 좋은 식당이 많아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먼저, 점심으로 선택한 건 강릉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감자옹심이.
쫄깃한 옹심이에 진한 멸치육수가 어우러져 속이 따뜻해지는 맛이었다.
혼자 앉은 테이블에 옹심이 한 그릇,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골목길 풍경.
그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음식 맛은 더 깊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엔 초당순두부 거리를 찾았다.
여러 가게 중 깔끔하고 조용한 집을 골라 들어갔고, 부드러운 순두부 백반을 주문했다.
갓 끓인 순두부는 고소하면서도 따뜻했고, 혼자라도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혼자 먹는 밥이 외로운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차린 시간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강릉의 식탁이었다.
4.천천히, 아무 생각 없이 – 솔향수목원과 바닷가의 저녁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솔향수목원.
강릉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은 생각보다 사람도 적고,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혼자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솔향 가득한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생각들이 조용히 내려앉는 느낌이다.
나무 사이 벤치에 앉아 조용히 쉬며 ‘이런 곳은 혼자여야 더 잘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 숲 특유의 안정감과 맑은 공기는 마음까지 씻겨내는 기분이었다.
해가 질 무렵 다시 바닷가로 돌아와 경포대 전망대에 올랐다.
붉게 물든 하늘과 잔잔한 파도, 그리고 바다를 향해 묵묵히 앉아 있는 혼자 여행자들.
서로 말은 없지만, 모두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온 듯한 따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혼자 떠나는 강릉, 혼자 쉬는 법을 배우다
강릉은 바다도 있고, 숲도 있고, 맛있는 음식과 조용한 공간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건, 혼자라는 여행의 방식이었다.
혼자니까 느린 템포로 걷고, 혼자니까 원하는 곳에서 멈추고,
혼자니까 진짜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다.
나 혼자 잘 쉬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만든 도시, 강릉.
지금, 누군가의 마음이 무겁거나, 스스로를 잠시 쉬게 해주고 싶다면
강릉으로 혼자 떠나보길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조용하지만 강하게, 당신의 감정을 충전해줄 거다.